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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산행

기획산행 : (소청봉에서 낙조 보기)와 4대 사찰 약수 마시기

2017.07.12


소청 산장에서의 1박...

15명의 산객들이 하루의 피곤을 풀기위해 취침에 들어갑니다. 날짜는 7월의 중간으로 가고 있지만 소청의 한밤은 서늘하기 까지 해서  관리하시는 분들이 보일러를 틀어주시네여. 보일러 소리, 가늘게 코고는 소리등 가뜩이나 자리바꾸면 잠못드는 병적인 증세때문에 또 뜬눈으로 날을 맞이합니다.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밤에 별도 사진찍고 했어야 하는데 워낙 춥고 모두들 조용히 잠자리에 들기에 행동이 많이 주춤 되었읍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잠든 산객들은 모두 아침에 바로 하산하는 여유있는 계획이라 다른 대피소와는 달리 늦잠을 자는 분위기. 나만 5시부터 취사장에서 딸그락 거리고 있읍니다.

오늘 처음 가보는 산길, 등산 초보자는 혼자 가지 말라는 대피소 관리 아저씨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과연 내가 초보일까 숙련가일까...

아니 그 보다 지난번 물구비 계곡에서의 조난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일행도 없고, 전화도 안터지는 첩첩 오지일 텐데. 그래도 몇 년을 생각해 온 계획인데 길을 나섭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용아 바위들 입니다. 밤새 아무일 없다는듯 보이지만 저 바위들은 온통 이슬을 품고 있읍니다. 미끄럼 주의.


그리고 공룡능선.. 이 시간에 공룡능선은 세 번인가 방문했었죠. 두 번은 비맞으며, 한 번은 작년 백두산행..산에대해 무지해서 인지 보는 각도와 높이에 따라 영 다르게 보입니다. 마치 안면인식 장애처럼 말입니다.


이 바위가 이렇게 크게 보인다는건 봉정암에 다 왔다는 의미...맨 왼쪽 바위 아래로 봉정암 가는 길이 있읍니다.




아침의 산사는 고요합니다...봉정암 약수터에서 물을 잔뜩 채우고 사리탑으로 출발. 과연 어느 사찰의 물맛이 제일 좋을까??


봉정암 사리탑 위쪽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암릉...


그리고 내가 오늘 가야할 방향.


오른쪽엔 공룡능선이...오늘 갈 길은 용아 장성과 공룡능선의 가운데 능선 길 입니다. 가야동 계곡이 시작되는 츨발점이기도 합니다.


아침 햇살을 받고있는 대청봉..



봉정암 사리탑..


오세암 가는 들머리엔 온통 솔체꽃 군락입니다. 보라색의 이쁜 꽃 송이들이 잘 가라는 듯 바람에 일렁이고...

어제 등산 안내판을 보니 오세암 ~ 봉정암 구간이 아주 어려움으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선답자들의 블로그를 보더라도 산 서너개는 넘는듯한 힘든 구간이라 하더군요.

그래봤자 설악산 안의 산들일 텐데...


아침 이슬에 젖은 솔체꽃이 싱그럽습니다.


오늘 가야할길이 궁금합니다. 오세암 입구의 풍경은 공룡능선 입구랑 비스무리 한데.




                                

허거덕... 솔체꽃의 환송을 받으며 몇 발자욱 길을 나서니 너덜길의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읍니다. 이슬에 젖은 돌도 미끄럽고 바위들이 불규칙하게 놓여있어 발이 삐끗하기 십상입니다. 내려가기도 힘든 이 길을 오르려 생각해보니 가히 끔찍합니다. 밧줄도 있지만 잡고 내려갈 정도는 아니구요.







대략 정비되지 않은 산길이 계속 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돌이든 흙이든 디 축축해서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다행이 내리막 길이라 힘은 좀 덜 든다는 장점.


어디가 출발점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물들이 모여 가야동 계곡을 이루겠지요? 하산길은 이 계곡수를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잘 정비된 국립공원 길을 걷다 오랜만에 옛날 1980년대 설악산 생각이 나는 산길을 걷고 있읍니다.  그땐 정말 이렇게 파이프로와 두 팔로만 산길을 올라야 했지요.


다행히 오늘은 수량이 줄어 계곡을 건널 수 있읍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가급적 이 구간은 찾지 않는게 옳을것 같습니다.










이렇게 파이프를 잡고 두 다리에 힘 팍주고 800m만 내려오면 고생 끝이었읍니다. 이 구간을 지난다는건 어느 방향으로 오던 산객들이 많이 지친 상태일 것입니다. 봉정암을 출발해 800m 구간은 경사도가 너무 급하고 나무가 울창해 산길이 늘 젖어 있을것 같습니다.. 힘빠진 산객에게는 이 구간이 정말 위험할 듯 합니다. 감히 공룡능선과 비교 하자면 공룡은 힘이든 구간이고 봉정암 ~ 오세암 구간은 위험한 구간이라 하겠읍니다.  하지만 이런 오지또한 없을 듯. 물소리 새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고 등산 시작한 이래 내 발앞으로 멧돼지 새끼가 뛰뚱거리고 뛰어가는 것도 처음 보았읍니다. ㅎㅎ  어딘가 어미가 있을까봐 겁도 나고.

아무튼 마의 800구간만 지나면 뭐 그닥 힘든 구간은 없읍니다. 산을 서너개 넘는것 같다는 말은 지친 산객들의 하소연 일듯...오세암 가는 길엔 딱 5군데의 오름길이 있었고 5분 ~ 10분이면 지날 수 있었읍니다.  단풍이 아주 예쁘게 물드는 시기에 다시 오고 싶은 오지 산행입니다.


드디어 오세암까지 1.1Km 남았답니다.. 그런데 막상 걷고 보니 2Km는 족히 될듯...내가 지쳐서 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믿지 못할 이정표 입니다.


오세암...오전 예불이 진행되는지 스님의 독경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산하에 퍼져 나갑니다. 굳이 마이크를 쓸 이유가 뭘까?? 신도들도 없는 시간인데. 산객들은 야호도 외치지 말라면서.  봉정암에서 가져온 물을 비우고 오세암 약수로 교체, 길을 나섭니다.




병조희풀이 아직 개화 전 입니다... 어서 빨리 이쁜 잎술을 보여다고..


미역취가 피기 시작할 때.


드디어 오세암~봉정암 갈림길에 도착을 했읍니다. 이제 어려운 길은 없읍니다만 내가 많이 지쳤읍니다요.






영시암 약수....그래도 치장도 하고..물을 교체하고 다시 백담사로 출발..


달맞이 꽃도 피고..


오세암쪽의 가야동 계곡물과 봉정암쪽의 구곡담 계곡의 물이 합쳐져 수렴동 계곡을 이루고 이 물은 다시 백담계곡으로 흐르게 됩니다. 지금은 수렴동 계곡입니다.






드디어 백담교가 보이고.. 오늘의 산행이 종료 직전 입니다. 백담사의 물을 마셔야 하니까요.






18.7Km, 1박 2일 간의 숙원 산행이 종료 되었읍니다. 계속되는 장맛비에 산행이 취소될까 적정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도와 쾌청한 산행이 되었읍니다.

멋진 풍경이 주는 감동과 아슬 아슬한 산길이 주는 스릴도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즐거웠읍니다. 봉정암 ~ 오세암 구간은 단풍이 들무렵 다시 오고 싶은 멋진 구간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물맛은 이번 산행의 경우 가장 힘든후 마신 오세암 물이 꿀맛 이었읍니다. 무엇이든 가장 힘들때 가장 필요한 것이 제일이란 말이지요.

어느 사찰의 물이든 모든 이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고 가장 단숨에 들이 마신것은 백담사 슈퍼에서 마신 콜라이었읍니다. ㅎㅎㅎㅎ

멋진 산행이었읍니다. 혼자만이 추억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