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에서 백두대간 능선과 만나기 위한 마지막 난코스 암봉입니다. 암봉 정상부를 넘어야 하는데 바람도 세고 발디딜 틈이 좁아 무섭고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산행을 하거나, 혹은 일기가 안좋을 때에는 특히 집중을 해야만 합니다. 아마 오늘 전 구간중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 감히 말해 봅니다.
암봉 정상부에는 해산굴이라 이름지어진 좁은 통로가 있읍니다. 이곳을 통과해도 되지만 좀 좁아 불편해 보입니다. 아니면 왼쪽으로 우회해도 되는데 반드시 한 사람이 손을 잡아주고 조심해서 지나야 합니다. 왜냐면 바람이 장난이 아니고 바로 옆은 낭떠러지 입니다. 발 디딜곳이 협소하다 보니 위험하더군요.
그리고 해산굴 오른쪽에는 이런 바위 틈이 보이는데, 보기에는 등로가 있을듯하여 지나가 봤읍니다. 헉!!! 반대편 끝은 걍 낭떠러지 입니다...이리로 가면 안될듯.
위험한 암봉을 지나 대략 20여분의 오름을 오르면 드디어 백두대간 마루금과 합류하게 됩니다. 유명한 이정표 TP#2 표지와 샘물터....미시령 고개로 올랐으면 40분이면 지날 이곳을 화암사에서는 거의 2시간이 소요 되었읍니다.. 물론 사진찍는 시간이 좀 포함되긴 했지만 힘이 더 드는건 사실.
상봉으로 오르는 너덜길...꿀렁거리는 돌을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 넘어지기 쉬우니까요.
드디어 금강산 상봉에 도착을 했읍니다.
상봉에서 바라본 신선봉으로 가는 능선과 신선봉의 모습.
상봉에서 바라본 화암사의 오름 능선입니다. 가파르기가 꽤 심해 보입니다. 가장 위험했던 해산굴 암봉도 보이고...
상봉에서 신선봉으로 가기위한 첫 밧줄구간...위험하진 않지만 흙에 모래 입자가 많아 자칫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두세번의 밧줄구간을 지납니다.
화암재에 도착 했읍니다...요즘 제 카메라가 사춘기 인지 말을 잘 듣질않네요. 자동 초첨인데 왜 이런지..아마 기계에도 산행 피로가 쌓여서 인지 모르겠읍니다.
신선봉으로 오르기 전 헬기장
구름을 벗삼은 신선봉의 웅장한 바위 덩어리가 위용을 드러내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정상 표식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얼마나 많은 산객들에게 산행의기쁨과 성취감을 주었을까?
두번째 옥의 티를 남겨놓고...
신선봉에서 내려다 보이던 헬기장에 도착했읍니다. 이곳 부터는 대간령까지 지루한 내리막이 시작됩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마산봉과 새이령고개. 이 구간도 단독 산행을 해야 합니다.
한참의 내리막 끝에 대간령에 도착!!!! 이곳에선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한창입이다. 좀 숙연해 지는 마음 입니다.
대간령에서 잠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비탐구간 산행이 주는 스트레스를 시원한 맥주로 씻어 버렸읍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의 모든 걱정이 기우였음을, 그리고 또 한구간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마장터에 도착을 했읍니다. 두런두런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고...근처에는 야영을 하는 탠트도 꽤 보이고 제법 사람이 많습니다. 아~ 이제 40여분만 가면 창암리 박달나무 쉼터에 도착을 하고 산행이 끝나겠구나 안심이 됐읍니다. 이때 시간이 1시 30분쯤...
숲이 울창하고 산길이 좁아 가급적 산행리본을 보며 길을 재촉했읍니다. 이것이 오늘 산행의 모든 비극의 출발이었읍니다. 가면 갈수록 잡초가 무성해 지면서 등로가 점점 희미해져 갔읍니다. 그 와중에도 산행 리본은 계속 눈에 보이고....하지만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 했읍니다. 산행 리본이 낡기도 했고 백두대간 리본이 아니었읍니다.
이미 멍청하게도 두 시간여를 내려왔고 그리고 한 사람은 혼자 앞서간 상황. 전화는 불통. 꼴랑 넷이서 하는 산해행인데 인원이 흩어진 겁니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지나왔고, 그리고 앞서간 사람의 상황도 모르고... 순간 맨붕이 이런거구나 머리속이 하예지는거....
우여곡절 끝에 SK통신사를 이용하는 회원의 전화가 신호가 잡힙니다(KT, LG 전혀 도움이 않됐읍니다). 지체없이119에 조난 신고를 했읍니다. 지역번호 + 119를 눌러야 하는건데 몰랐읍니다. 서울에 계신 소방대원이 대간령 계곡의 지리를 어찌 아시겠읍니까? 아무튼 친절한 안내로 용대리 산악구조대와 연락이 닿았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지요. 이때가 4시30분경 이었읍니다. 방향도 모르겠고 시간은 점점 저녁으로 가는데 마음은 진정이 않되고 난감했으니까요. 지리를 모르니 우리 위치를 설명할 길이 없읍니다. 그냥 산이 보이고 옆엔 계곡이 있고 하늘엔 고압송전선이 보이고 우리는 2시간 이상을 걸었고 뭐 이게 줄수 있는 정보의 다입니다. ㅎㅎ 구조대 대장님이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 오랍니다...두 시간 이상 걸었으면 거의 하류에 도착한 거라네요. 이 지역 게곡을 잘 아시는 분의 말이기에 힘이납니다. 하지만 초행길의 당황한 산객에게는 1분도 10분으로 길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때이른 알탕 도하도 하고 젖고 찟어지고는 문제가 아니지요? 얼마나 물길을 따라갔을까나 눈에 희미한 산길이 보입니다.
우와 ~~~사람의 흔적인 겁니다. 신나게 20여분 산길을 따라가니 이런!!! 떡하니 지뢰밭 경고판이 나옵니다. 이 지역엔 지뢰가 매설되 있고 부비트랩이 있다는 둥....
순간 우리가 월북한줄 알았읍니다. 헐~ 경고판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학교와 가정집 이었읍니다. 이건 뭔 씨추에이션인감?? 화도나고 기력도 없고 내 뒤만 따라온 사람들 볼 낮이 없네요. 그래도 힘내라고 점심때 먹다 남긴 오이를 주십니다. 물과 음식의 소중함...살면서 이렇게 삶에 절박해 본적이 있었나???
사기를 당하고 배신을 당해서 내 삶이 왜곡되는 순간에도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과 절박감. 평소 산행하다 죽으면 좋지뭐 좋아하는거 하다 가니까 라고 했던 말이 거짓이었다는걸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생각이 복잡할때쯤 희미하게 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도 죽기살기로 고함을 치고.. 드디어 조난 신고한지 2시간 30분 만에 이 미로같은 계곡에서 탈출을 하게되었읍니다. 용대리 산악구조대 대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습니다. 오후 8시 헤어졌던 일행도 조우하고 집으로 출발...
용대리에서 황태해장국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12시경 집에 도착, 산행을 마감합니다. 이번일로 고질적인 걱정병 증상이 더 깊어질듯 합니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헤메었던 계곡을 찾아보니 물구비계곡 이었읍니다. 구조대장의 말로는 계곡트레킹과 물놀이로 유명한 계곡 이지만 사망과 조난 사고도 많은 곳이라 합니다. 일요일 저녁 우리 산행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진솔하게 얘기해 보았읍니다. 백두대간을 마치 동네 뒷산인양 아무 준비없이 체력적인 고려 없이 나선다는건 많은 문제를 낳게 되겠지요...더우기 우린 백두 경험자가 없기에, 남들 다 있는 산행 어플도 없기에 과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 집니다.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23회차 : 두문동재 ~ 은대봉 ~ 함백산 ~ 만항재 ~ 화방재 (2) (0) | 2017.07.03 |
---|---|
백두대간 23회차 : 두문동재 ~ 은대봉 ~ 함백산 ~ 만항재 ~ 화방재 (1) (0) | 2017.07.03 |
백두대간 22회차 : 화암사~상봉~신선봉~대간령~창암 (1) (0) | 2017.06.18 |
백두대간 21회차 : 죽령 ~ 도솔봉~ 묘적봉 ~ 묘적령 ~ 국립산림치유원 (0) | 2017.06.12 |
백두대간 20회차 : 소백산 비로봉 ~ 국망봉 ~ 고치령 (2) (0) | 2017.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