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1~06.02(무박산행)
들 머 리 : 강원도 인제군 북면 미시령
날 머 리 :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백담사
산행경로 :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오세암~영시암~백담사
산행거리 : 17.02km(대간 9.62km 접속거리 7.4km)
산행시간 : 11시간 12분(휴식시간 포함)
오늘은 백두대간 34회차....금단의 지역 미시령~마등령 구간 입니다. 백두대간 구간 중에서도 워낙 경치가 뛰어나 대간꾼들이 아닌 일반 산객들도 많이 찾기에 늘 국공님들과 숨박꼭질을 하는 구간 입니다. 나랏일을 방해할 심보는 아니지만 내 가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크기에 나랏님 치부책에 이름 좀 올릴 각오로 배낭을 짊어졌읍니다. 그래도 새가슴 인지라 무박으로.....
미시령은 칠흑의 어둠에 쌓여있고, 열댓명의 사람이 모여 있음에도 긴장감에 숨소리도 작게 내고 있읍니다.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비탐구간이 걱정 입니다. 오늘 용대리에서 미시령 옛길의 구부렁길을 오를 때 기사님이 전조등도 줄이시고 악셀도 살살 밟고 운전을 하시던데. 에공 뭔 군사침투 작전도 아니고...
허둥지둥 산길을 오르다 보니 선답자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감시 카메라가 어딧는지, 울산바위 삼거리를 지났는지 도통 모르겠읍니다. 주구장창 두 시간여를 오르니 그 유명한 황철봉으로 오르는 너덜 바윗길을 만나게 되었읍니다. 하늘엔 하이얀 달만이 공허히 산객들을 내려다 보고, 세상에 이런 산길도 있구나 감탄을 하며 위로 위로 향합니다. 스틱은 잠시 넣어 두고 손과 발로 기어가듯 오르는게 상책인듯 합니다.
속초 앞바다가 아침의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 오고, 웅장한 울산바위의 실루엣이 발걸음을 잡아두는데.. 오늘 찬란한 일출을 볼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큽니다.
힘은 들어도 오늘은 사진을 남겨두고 싶습니다. 언제 이런 멋진 풍광속에 나를 담아둘 수 있을런지. 공개하기 싫은 육체지만 오늘은 걍~~~~ㅎ
내일 자고 일어나면 분명히 온몸이 찌뿌등 할 듯....가랭이도 아플꺼고....손톱도 아플꺼고...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난번 새벽에 올랐던 북설악의 상봉과 멀리 진부령의 마산봉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겨 봅니다. 저 곳에도 신선봉 오르는 길에 너널이 잠시 나오는데 오늘 황철봉의 너덜에 비하면 놀이터란 생각이 드네요.
산등성이의 하늘은 어느덧 밝아지는데...너덜길 오름 곳곳에 야광봉과 유도줄이 설치되어 있읍니다. 비탐구간 이지만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의 배려인가요? 속썩이는 산객들 때문에 국공이 수고가 많네요.
해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하루의 시작을 알려 줍니다.
해가 뜨기 직전의 세상은 오리혀 더 어두워 지는듯 합니다.
황철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웅장한 서북능선 줄기...오랜만에 만나는 대청, 중청, 끝청 그리고 귀때기청봉이 반갑기만 합니다. 물론 가운데 공룡능선도 반갑구요.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드는 설악의 바위를 감상하느라 쉬는 시간이 길어만 갑니다.
오늘은 동행한 산객을 졸라 사진을 부탁합니다...아쉬운 점은 핸드폰으로 찍어준다는...ㅋ. 제 카메라도 찍기 쉬운데...
드디어 도착한 황철북봉....다른 블로그를 보면 황철북봉이란 시그널이 있던데...안보입니다.
멀리 대청봉에서 이어지는 화재봉능선이 외설악을 포근히 감싸는듯 펼쳐져 있고 오늘은 공룡능선이 앙증맞은 능선으로 닥아 옵니다.
황철봉에 도착...
오늘 가야할 마등령 능선을 바라 봅니다.
아~~ 설악산에 이런 장관이 숨겨져 있구나.. 꼽씹어 눈에 담아 갑니다. 대청봉과 중청에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오늘 만난 설악의 멋진 풍광을 보며 마치 심봉사가 눈을 떳을때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은 멋지구나!!!!
이 암봉만 우회하면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너덜길을 만납니다.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바윗길...그리고 마등령으로 가기위해 올라야 하는 너덜길이 산객을 지치게 합니다...또??
차분히 내려가면 어렵지 않아요~~
아침 9시경 도착한 저항령.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침을 먹고.
숨을 크게 들여 마시고 오름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청솔회~~~ 대간 5회차 인데 아직도 어떤 산악회인지 특징을 모르겠읍니다. 단, 백두대간을 꼭 종주해야겠다는 분들은 4~5분...과연 이 산행이 계속 이어질지...단결력이 중요한데 계속 악재가 생기고...
바위의 크기가 좀 작아 졌네요... 그 만큼 오름이 쉬워지겠죠?? 너덜 구간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내려온 황철봉을 돌아 봅니다. 푸르른 나뭇가지에 가려져 내려온 험난한 길이 숨겨져 있어 산길이 오히려 온화해 보이는 착각.
아침을 맞이하는 저항령 계곡...멀리 달마봉 능선에 감쌓인 신흥사와 설악동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늘 올려다 보던 저항령 계곡을 오늘은 이렇게 내려다 보다니.
일명 걸레봉 정상...바위가 너덜너덜하여 걸레같답니다... 아마 누군가가 너무 힘들어 홧김에 붙힌 이름이 아닐런지..
걸레봉 정상의 모습..이런 모습이 걸레라면 대한민국엔 무수한 걸레봉이 있읍니다요. ㅎㅎ
올려다본 걸레봉의 또 다른 멋진 모습...마치 비선대를 올려 보는 느낌입니다.
설악의 신록의 푸르름은 짙어만 가고..
저항령 능선 너머로 울산바위가 얼굴을 뻬꼼히 내밀고..6월 9일 일년에 한번 개방한다는 달마봉이 위용을 들어내 보입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마등봉 오르는 너덜길... 힘이 들었나 봅니다. 사진이 좀...ㅠㅠ
하지만 이번 너덜길은 사람의 발자취가 뚜렸해서 오르기가 쉽습니다.
에공...
에공..
힘든 발걸음이 드디어 마등봉에 도착했읍니다. 감격..또 감격
마등봉에서 바라보니 대청봉이 공룡능선을 지긋히 내려보는게 느껴 집니다.
드디어 금단의 선을 넘어 자유지대에 도착...시간은 12시를 가리키고...9시간 30분 소요..만족합니다. 충분히 보았고 만족할 만큼 느꼇기에 시간은 내가 지나온 공간일 뿐입니다. 느긋히 등산화를 풀고 롤러코스트 같았던 오늘의 산길을 되세겨 봅니다. 산세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꽃이 눈에 들어 오지 않을 정도였읍니다.
왜 들어가지 말라는데 굳이 가야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읍니다. 설령 나랏님의 치부책에 이름을 올리는 불상사가 있더라도 오늘의 이 길은 다시 와봐야 합니다. 양심에 물어 봅시다...자연은 누가 파괴하고 있는지. 대청봉에 케이블카 설치 하자고 하는자 들, 가리왕산 수백년 된 나무를 자르고 스키 슬로프 만들고 나몰라라 하는 자들....
그들은 누굽니까??? 산객의 발을 묶어두려는 자들 아닌가요? 공감이 가야 백성들은 순응 합니다. 오늘은 나에게 칭찬을 하고 싶은 날 입니다....다음 산행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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