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7
들 머 리 :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 삼수령
날 머 리 :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댓재
산행구간 : 삼수령~건의령~구부시령~덕항산~환선봉~자암재~큰재~황장산~댓재
산행거리 : 26.23 Km(접속구간 없음)
산행시간 : 12시간 40분(휴식시간 포함)
오늘은 그 동안 묵혀왔던 대간 산행을 출발해 봅니다. 이제 남은 대간 구간은 대부분 장거리 이거나 비탐구간만이 남아 있기에 충분한 산행 시간을 확보하려면 이렇게 야간에 출발할 수 밖에 없읍니다. 강릉행 무궁화호 11시 20분 기차를 타고 태백에서 하차할 예정 입니다.
자는둥 마는둥 정신없는 승객에게 무심한 기관사님은 하차를 명 하십니다. 새벽 2시 50분 황량한 태백역 입니다. 예전에 태백산 일출을 보기위해 두 번 정도 이 시간에 와봤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산객은 언제나 나 혼자. 역 앞 편의점에 들러 요깃거리를 사고 나오니 역 앞에 대기하던 택시들이 사라졌읍니다. 잠시 멍~~~ 다행히 차 한대가 들어와 삼수령으로!!! 그런데 기사님이 할증요금을 요구 하네요??? 이 시간이면 메터기는 당연히 할증으로 셋팅된거 아닌감? 그리고 시내구간인데.....다투기 싫어 12,000원을 지불합니다. 역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은것에 위로를 삼으며.
3시 15분 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시작 합니다. 오늘 산행은 접속구간이 없는 오롯이 백두산행입니다. 26km를 혼자서 걷자하니 걱정이 발걸음보다 앞서 갑니다. 예전엔 이런 밤길을 혼자 걷는다는건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이즈음엔 뭐 덤덤합니다. 아마도 세파가 고생을 주는 대신 겁을 가져갔나 봅니다.
임도를 걷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숲길로 오르기 직전 앙증맞은 노루발이 반겨줍니다.
털중나리의 계절이 시작되나 봅니다. 새벽 어스름에도 그 화려한 색체가 숨속을 환하게 비춰 줍니다. 삼수령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정도 지난듯 합니다. 산길은 험하지는 않았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잡풀이 엄청 자라서 두 번이나 어둠속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읍니다. ㅎㅎ
이곳이 아마도 예전에 산불이 난 지역인듯 합니다. 자연이 복원되려면 엄청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산불이나 홍수등은 그 결과가 확연히 인지 되기에 공포심을 갖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느린 환경 파괴가 더 무섭습니다. 일회용이나 플라스틱 그리고 대기 오염등은 우리의 편의와 연관되어 있기에 쉽게 포기 못하는 재앙원입니다.
아직도 불에 그을린 나무 그루터기가 산길에 누워 있네요.
건의령 직전입니다. 건의령은 일명 寒衣嶺 이라 하기도 합니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삼척에서 유배중 피살 당하자 고려의 충신들이 다시는 관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두문동으로 숨으며 관모와 관복을 벗어 나무에 걸어 놓았다 하여 기원된 건의령.. 나도 벗어 버리고 싶다~~~
아침이지만 여름인지라 해가 뜰무렵이 되니 힘이 더 듭니다. 갈수록 여름 산행이 힘들어 집니다. 체력 회복이 그 만큼 느려진단 얘기지요. 푯대봉 삼거리에서 푯대봉으로 향합니다.
잡풀이 무성한 푯대봉 정상입니다. 이 구간은 일반 산객들이 자주 찾는 구간은 아니기에 군데 군데 정글을 이룬 곳이 있었읍니다. 그 덕분에 짧은 알바도 하고...
등로엔 붉은여로가 한창 입니다.
며느리밥풀꽃도 여름의 한자락을 차지하고....
멀리서 보면 무척이나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하루빨리 화마를 극복해서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를 바래 봅니다.
미역줄나무
산길은 목초지를 따라 가다가 앞쪽 시그널이 있는 부근에서 왼쪽으로 급틀합니다. 산행을 마쳐본 결과 이 구간은 시그널과 산길 유도선 그리고 거리목등이 잘 정비되어 있었읍니다. 다만 거리목에 표시된 거리가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오차가 있다는 것에 유의 해야할 듯 합니다.
산길을 좌틀하여 내려오면 발아래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 집니다... 외딴 산속의 농가.. 과연 이런곳에 내가 귀농을 한다면 살아갈 수 있을까?? 귀농은 상상속의 삶이 아닐런지...
비비추가 자신의 계절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읍니다.
푯대봉 이 후 구부시령으로 가는 등로는 오름과 내림이 연속되어 산객을 지치게 합니다. 아홉번이나 결혼한 여인의 한이 서려서 일까??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는것 같습니다... 모처럼 편안한 등로를 만나 반가워 한컷.
26Km...60리 산길엔 자세한 위치 안내도와 거리목이 자리 합니다. 잠시 쉬며 물한 모금 마시는데 뭔가 허전 합니다..어디선가 바람막이를 흘렸나 봅니다..너무 힘이 들어 찾을 생각도 안하고 출발~~새로산 옷인뎅.
구부시령은 오늘 산행의 중간지점 입니다. 지금까지 전 구간의 25% 정도 진행된듯 하네요... 그런데 설명을 보니 댓재에서 건의령까지 19.7km를 7시간 30분에 종료 한답니다. 도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한건지 좀 당황스럽네요.. 그러지 못함을 잘 알기에 오늘처럼 시간을 충분히 갖고 산행을 하는 수 밖엔 없지요.
멀리 오른쪽으로 푯대봉 정상을 한벌 돌아보고 산행을 계속합니다.
기린초
트랭글에서 예상치 못하게 뱃지획득을 축하해 줍니다...석희봉 정상입니다...그냥 지나가는 산길처럼 보이는데 석희봉이란 어떤 표식도 없읍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인증샷만 남겨 봅니다.
꿩의다리
몇 번의 오름과 내림끝에 구부시령에 도착을 했읍니다. 9번이나 결혼한 사람의 삶이 팍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매력적 이길래 9명의 남자들이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댓재 방향의 거리목...직진하면 알바... 좌틀해서 산행을 진행 합니다.. 다른 분들의 블로그에서 하도 주의를 주어서 알바없이 진행 합니다.ㅋㅋ 그리고 오늘은 이 구간을 주파한 다른 선답자의 트랭글 괘적을 따라 가기 때문에 알바는 없을듯 하네요...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 그런지 숲이 우거지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습니다. 모처럼 피톤치드 원없이 마시는 산길입니다. 요상스런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의장대 처럼 아치를 만들어 주네요~~
아무생각 없이 걷는 산길...조망도 없고... 야생화도 없고..... 기계적 발자국 소리와 숨소리. 더욱이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마주치는 산객이 전혀 없네여. 신음소리 내며 덕항산 정상에 도착.
범의꼬리
문득 발길을 멈추게하는 화려한 생명체가 보입니다...처음보는 카리스마 넘치는 나방입니다. 나방은 나비와 다르게 털이 많고 더듬이가 커서 친근감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다분히 공격적인 모습입니다.. 나비는 앉을때 날개를 접고 나방은 펼치고 앉는게 특징입니다.
지각산으로 가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환선굴 주차장..
쉼터라고 안 알려줘도 누가봐도 쉬기 딱 좋은 공터 입니다. 예수원이나 골말로 탈출 할 수 있네요.
가지 사이로 귀네미마을의 배추밭이 잠시 보입니다....
지각산 환선봉... 이곳에서 환선굴로 내려 갈 수 있읍니다.
터리풀
박새
뱀무
자암재 가기 직전의 헬기장입니다.. 숫자상으로 700m 이지만 지친 산객에게는 지루하게 긴 거리 입니다. 헬기장은 잡초가 너무 무성해서 헬기장의 기능은 없을 듯 합니다.
드디어 자암재에 도착했읍니다. 이곳에서도 환선굴로 하산할 수 있읍니다.
엉겅퀴
딱총나무
얼마나 걸었을까요? 어두컴컴한 산길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귀네미 마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흔히 볼수 없는 척박한 풍경이 다소 경외스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안반데기나 매봉산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지만 일확천금을 꿈꾸는, 어디서 뭐가 안떨어지나 기대하는 나에게는 그 들의 삶이 이해가 안되겠지요.
흙보다 돌이 더 많아 보이는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이나 그들을 가꾸는 사람들 모두 대단한 생명체들 임에는 틀림 없는것 같습니다. 이곳은 아직 배추 모종을 심지는 않았네요.
나의 상식으로는 배추는 밭에 씨를뿌려 싹을 틔우는 식물로 알고 있는데 이곳 에서는 고추처럼 모종판에서 싹을 틔워 어느정도 키운다음에 땅으로 옮겨 심는듯 합니다. 요즘은 가물어서 그런지 아직 모종을 심지않은 밭이 많이 있네요.
암튼 백두대간길은 베네미 마을을 관통하지 않습니다. 마을 옆을 감싸돌며 대간길이 잘 정비되어 있읍니다. 물론 마을에 뚤려있는 도로를 따라 이동해도 대간길과 만나긴 합니다.
갑자기 끄러운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마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복귀한 모양 입니다. 이 땡볕에 고생해서 농사 지으셨으니 부디 풍년이 들기를 기원 합니다.
멀리 보이는 물통위치가 숲에서 빠져나온 위치 입니다.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오르면 지금 사진찍는 이 위치에 도락하게 됩니다.
대간길 임을 알려주는 거리목....그리고 앞쪽에 대간길 시그널이 보입니다.. 하지만 구상나무가 길을 막고 잡풀들이 자라 도저히 대간길을 찾을수가 없었읍니다. 그래도 몸을 웅크려 구상나무 가지를 뚫고 가니 희미하게 길이 보이긴 하데요..
정글같은 풀섶을 헤치고 나오니 대간 거리목이 반겨 줍니다..큰재까지 1.1Km.. 여름철 인데다 이곳이 산객이 많이 오지 않는 경로라 잡목들이 정글을 이루고 있읍니다... 가을 ~ 겨울에 오면 딱 이겠읍니다.
결과적으로 대간길의 정석대로 길을 걷긴 했으나 고생이 너무 많았읍니다.. 같이 걷는 동료라도 있으면 좀 덜했을라나? 임도길을 따라왔어도 무방했을듯 합니다.
숲길을 해치고 나오면 뻥 뚤린 임도를 만나게 됩니다. 대략 1Km 정도가면 큰재에 도달 하게 됩니다.
저기 보이는 바리케이트를 지나 좀더 진행하면 큰재가 반겨 줄겁니다.
꿀풀
산달래
컴프리
속단
드디어 임도가 끝이나며 큰재에 도착을 헸읍니다. 큰재에서 댓재까지는 5Km. 등로는 그다지 힘든 경로는 아닙니다. 다만 산객의 체력이 무지 약하다는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쥐어짜서 황장산에 도착을 했읍니다. 이제 남은 댓재까지는 급경사 600m.
600m 를 내려와 댓재 정상석 인증샷을 찍는데 저기 앉아계신 분이 이런 저런 말을 걸어 줍니다. 결론적으로 삼척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신답니다. 마침 택시를 콜 하려던 참인데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건데...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가다 보니 거리가 너무 멀더군요. 댓재에서 삼척터미널까지 30Km 입니다 더군다나 다시 댓재 방향으로 돌아갸야 하신다는데....강원도의 인심도 고맙지만 마음이 불편해 지기 시작합니다....덕분에 지체 없이 터미널에 온것만해도 너무 고마운 일인데..... 고민끝에 마음 상하지 않게 막걸리 사드시라고 파란잎을 몇장 드렸읍니다. 너무 고마우신 분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이 구간을 오래 망설인 이유는 너무 장거리이기에 엄두가 잘 나지 않았읍니다. 때마침 실직??한 상태가 되어 용감히 길을 나섰읍니다.. 늘 격는 고민이지만 왜 이런 힘든일을 자초할까?? 하지만 그 결과는 늘 행복했기에 무모한 도전을 이어가는것 같습니다... 걸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말.... 이 또한 끝이 있으리라. 참고 인내하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기쁨이 있기에 산행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 생활에서도 이 또한 끝이 있으리라 믿으며 견뎌 냅니다. 지나온 인생에 굴곡이 심했던것 같았지만 몇 걸음 떨어져서 보았더니 그저 평평한 길이었읍니다. 내 욕심이 만든 굴곡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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